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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손' 오정민 감독 "두부 만들 때 간수를 맞추듯..."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09-16
오정민 감독

추석을 앞두고 가족친지들에게 ‘초초초’ 강추할 수 있는 영화가 한 편 개봉되었다. 작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KBS독립영화상,오로라미디어상,CGK촬영상)을 차지한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장손>이다. 가업으로 두부공장을 운영하는 경상도 한 집안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고모, 여동생, 매부 등이 나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을 것’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울 사는 ‘장손’ 성진은 두부공장을 이어받을까.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 것이다. 오정민 감독을 만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Q. 영화가 꽤나 문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국문학도 출신이다. 영화감독이 된 과정을 소개하면.
▶오정민 감독: “영화를 보고 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군요. 제가 인상 깊게 읽은 소설 중 하나가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이다. 그걸 읽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영화 보는 것이 취미였었는데 그 때 본 영화 속 양조위의 눈빛에 매료되었다. 내가 쓸 수 있는 문장 하나보다 더 신비로웠다. 배우들과 같이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극동아리에도 들어 활동도 하고, 영상학과를 복수 전공했다. 졸업영화 찍고는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다. 눈빛에 매료된 양조위 영화는 <화양연화>이다.”

Q.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이 되었다. 이전에 찍은 단편들도 완성도가 높다. 단편으로 영화제 상을 받은 적은 없는지.
▶오정민 감독: “상복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연지>라는 작품이 인디포럼 개막작이었다. <성인식>이란 작품이 파리한국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었다. 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은 다음해 행사에 초청된다. 그래서 파리 가서 저의 단편 전작전이 열리기도 했다. 영화 상영도 했고, 여행도 다니고. 즐거웠다.”

Q. 영화 <장손>의 촬영은 어디에서 이뤄졌는지.
▶오정민 감독: “합천, 고령, 대구 등이다. 경북, 경남 곳곳에서 촬영했다. 주로 합천이 주 촬영지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드리나무는?) “합천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수호신 같은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영화에서처럼 극적인 나무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마을사람들이 오가며 쉬어가는 나무가 있는 공간이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로케 찾다가 그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계절별로 한 번씩 등장한다. 상여가 지나가는 장면도 있다.”

'장손'

Q. 두부공장은 어디에 있는가. 합천인가. 그리고 왜 두부공장을 택했는지.
▶오정민 감독: “시나리오 쓸 때부터 두부공장을 생각했었다. 생계수단인 공장이 필요했고, ‘술도가’도 생각했었다. 두부라는 음식은 만들기 힘들다. 어렵게 만들어지는데 우리 가족이 만들어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부가 쉽게 변질되고, 고약하게 부서진다. 두부공장 외관은 거창이고, 내부 장면은 대구이다. 미술팀이 신경 써서 잘 맞았다.”

Q. 한국영화에서는 장례식장에서 가족, 친척들간의 오래된 불화가 곧잘 폭발한다.
▶오정민 감독: “이청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축제’)에서 그런 게 잘 나타난다.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한국적인 영화, 유교와 대면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관혼상제를 다루게 되었다. 전통문화를 지키는 영화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Q. 해외영화제 상영 때 해외 관객의 반응은 어땠는지.
▶오정민 감독: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상영되었고, 곧 벤쿠버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시드니에 배우와 같이 참석했는데 관객들 반응이 큰 차이는 없었다. 보편적인 반응이다. 하나 장례식에서의 행동이 너무 무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다. 우리만의 해학이라고 말해 줬다. 너무 슬픔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용인되는 정서. 그런 GV가 재밌었다.”

'장손'

Q. 영화에서 언급되는데 자정에 제사를 지내는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재밌었다.
▶오정민 감독: “실제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고집스럽게 유지를 했었다. 할아버지는 제게 지방과 축문을 쓰게 하셨다. 엄마는 영어 공부하라고 하고, 할아버지는 한자 익히라고 하고.”

Q. 아버지(오만석)는 왜 다리를 저는가. 특별한 설정이 있는가.
▶오정민 감독: “제가 느끼는 부모님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 혹은 586으로 통칭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병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때 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사람들인데 지금은 변해버린, 콤플렉스를 가진 신체적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버지의 다리는 고문의 징후로 남아있는 것이다. 대사를 자세히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학생운동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리를 다쳐 시골로 내려와 있는 것이다.”

Q. 라스트 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할아버지가 화면 오른쪽 끝으로 한없이 걸어가는 걷는 모습을 멀리서 롱테이크로 잡는다. 얼마나 찍은 것인가.
▶오정민 감독: “메모리카드 하나에 15분을 찍을 수 있었는데 테이크를 두 번 갔다. 첫 테이크에서 눈이 내리고, 두 번째 때는 해가 떠올랐다. 그 엔딩 신에 크레딧을 올리려고 했다.”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여름 장면을 봤을 때. 산소로 가는 방향이다. 세 갈래 길이다. 마을, 집, 산소로 가는 공간이 있다. 몇 회 차 남긴 상황에서 그 엔딩을 찍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눈이 내렸던 것이다. 하늘이 이 영화를 잘 마무리하라는 것 같았다. 롱샷으로 잘 찍고 싶었다.”

Q.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성진이 장례식장 밖에서 잠깐 마치 우는 연습을 하는 듯하다.

'장손'

▶오정민 감독: “누군가 죽었을 때 슬픔이 바로 다가오지 않는다. 믿기지가 않아서. 모두가 서럽게 우는데 장손인 성진은 할머니의 죽음이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울음이 안 나오는 것이 괴물 같아서, 한번쯤 울어보려고 하는 장면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게 운다고 할 수도 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울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울음의 질감들이 많다. 서러워서, 소회가 남아서, 미안해서 우는 것이다. 염을 할 때에 할아버지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성진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옆을 지키는 것이다.“
“강승호 배우가 이 영화를 찍고 1년 쯤 뒤에 할머니를 떠나보낸 이야기를 하더라. 제주도에서 장례를 치를 때 자신도 눈물이 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들은 가족들처럼 오래 세월 함께 보내지도 않았고, 할머니에게서 받은 것도, 준 것도 없어서 차마 울지를 못 하겠더라는 것이다. 관계가 고모와 삼촌 같지가 않아서, 그들만의 깊이가 아닌데, 자격이 있는가 되돌아봤다더라. 공감하게 되더라.”

Q. 성진을 연기한 강승호 배우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오정민 감독: “원래 알고 있었다. 연극을 보며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했었다. 워낙 친해서 이번 작품 연기자들 캐스팅할 때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 배우의 얼굴에는 선악이 공존하는 것 같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하기에는 강승호 배우의 아우라가 마음에 들어 캐스팅을 제안했고, 연극 공연 중인데 동의했다.”

Q. 개인적인 이야기, 경험이 많이 투영되었을 것 같은데.
▶오정민 감독: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야기가 출발된 것은 사실이다. 제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니,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반을 다룰 수 있게 디테일을 채웠다.”

Q. 할아버지가 ‘아침 먹고 가라’고 하자, 딸이 “아빠, 지금 저녁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오정민 감독

▶오정민 감독: “기억력 감퇴나 인지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충격 가운데 배우자의 죽음이 가장 크다. 아내가 죽은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 넣을까. 슬픔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힌 순간 무너진 한 남자를 표현하려고 해다. 새벽과 저녁. 그 시간조차도 감각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Q. 할아버지는 ‘빨갱이 타령’을 계속한다. 요즘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역사적 캐릭터인 셈이다.▶오정민 감독: “동시대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는 1930년대에 태어나서 일본 식민지하에 일본말을 배웠을 것이고, 한국전쟁 과정에선 ‘보도연맹’도 겪은 인물이다. 역사적 유례가 없는 세대이다.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해방과 미(美)군정, 독재정권, 민주화 운동, 그리고 정보화 시대까지. 아마 할아버지의 80년 인생은 서구 역사의 한 시대를 산 것이리라. 그러니 제 정신일 수 있을까. 김진경 시인이 에세이 책을 낸 것이 있는데 <30년에 300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이다. 그 문장에서 태도를 찾아간 것 같다.”

Q. 고모의 돈은 어떻게 된 것인가.
▶오정민 감독: “<장손>은 가족 사이에 돈이 낀 이야기이니. 고모의 주장을 일반적으로 믿을 필요는 없다. 엄마의 진술이 설득력이 있지 않나? 각자의 주장과 진술이 있지, 명쾌한 진실을 알 수는 없다. 관객분들도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Q. 할아버지가 눈 내린 할머니 산소에서 [봄날은 간다]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정민 감독: “그 노래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노래이고, 전쟁이후 사용했던 노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 노래는 대구에서 녹음된 곡인데 그런 로컬 지점이 끌렸다. 그 노래를 택하면서도 너무나 도식적인 것 같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영화를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장손' 시사회자 유태오

Q. 성진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두부공장을 잘 경영할까.
▶오정민 감독: “성진에게 그 돈은 특혜와 같다. 장손의 역할을 하기 싫어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장손이기에 혜택을 받은 인물일 텐데, 집안의 진실을 맞닥뜨렸을 때 성진은 관객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질문을 남긴 것이다.”

Q. 마지막에 택시에 탄 성진이 통장을 보는 장면은 빛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오정민 감독: “활자로 표현되는데 영화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통장 장체를 보여줄 것인가. 화면 사이즐 어떻게 해야 할까. 극장에서 보는 사이즈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할 것 같았다. 그 장면 찍을 때도 공을 많이 들였다. 해가 떨어지는 장면이 중요하다. 새벽에 해가 뜰 때, 그 빛이 닿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확한 각도와 시간을 계산해야했다. 로케이션 정하는 것부터 촬영까지 짧은 시간에 이뤄져야했다. 새벽 장면은 이틀에 걸쳐 찍었다. 할아버지가 성진에게 통장 주고 떠나는 장면, 해가 뜨는 것을 담을 수 있는 ㄱ서은 30분이 채 안 된다. 그 장면을 이틀에 걸쳐 찍은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 ‘버닝’에서 말한 매직아워 같다.) “<장손>은 빛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평균 10컷 정도 찍었다. <버닝>의 매직아워처럼 몇 주를 찍을 순 없다. 새벽 장면을 이틀 동안 나눠찍는 것도 어려웠기에 피디를 열심히 설득했다. 엔딩장면이기도 하니. 이틀이면 비용이 두 배인 셈이다. 회차당 기본적으로 1~2천만원을 나가니 독립영화 찍을 때는 부담이 된다.”

Q. 요즘 상업영화의 화두는 제작비 환수, B.E.P 맞추는 문제이다. <장수>는 독립영화인데 제작비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오정민 감독: “제작비는 6억 원 정도인데 대부분 제작지원이고, 직접 투자비는 소량이다. 그래도 제작비를 환수하려면 5만 정도 스코어가 들어야하니, 많은 관람과 N차 관람 부탁드립니다. 이건 감독으로서 하는 말은 아니고,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볼 때마다 ‘편집이 바뀌었나?’ 할만큼 볼 때다마 보이는 게 다르다. 가족과 함께 보시면서 다른 해석 즐기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Q.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이 되었다. 상금은?
▶오정민 감독: “상금으로 빚을 갚고, 다음 작업까지 저를 유지시킬 수 있는 생계비가 된 것 같다.”

'장손'

Q. 차기작은?
▶오정민 감독: “하고 싶은 건 있다. <장손> 마무리 하고 완전히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 판타지 OTT드라마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는 <장손> 전에 써놓은 게 있어 수정하고 있다.”

Q. 오정민 감독이 찍은 단편 가운데 [림]을 보았는데, 유태오 배우가 나오더라. 어떻게 찍게 된 것인지.
▶오정민 감독: “그때는 유태오 배우가 <레토> 찍기 전의 신인배우였다. 학교에서 신인배우들과 신입생을 짝을 지어 3박4일 동안 영화를 만들게 했다. 함께 시나리오부터, 촬영편집까지 완성시키는 부트캠프 프로젝트였다. 유태오 배우는 이미 그때 스타였고, 앞으로도 너무 잘 될게 보였다. 제가 만난 배우 중에 가장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사람이었다. 유태오 배우와 임윤비 배우를 만나 그 사람들이 보이는 인상과 대화를 나누며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것에서부터 소재를 가져와 재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임윤비 배우는 지금 연극활동 하고 있다.”

“GV에서는 각자의 감상평을 많이 이야기 해주신다. 질문보다 그런 감상을 공유하는 게 더 즐겁다. 영화를 볼 때 정답은 없으니. 이제 추석연휴이다. <장손>이라는 영화는 다양한 세대, 성별이 나온다. 함께 감정이 이입되어 볼 수 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보면서 웃고, 울 수 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입소문 많이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손 ▶감독/각본:오정민 ▶프로듀서:정조은,장지원 ▶출연:강승호,우상전,손숙,차미경,오만석,안민영,정재은,서현철,김시은,강태우 ▶제작사:영화사 대명 ▶배급:인디스토리 ▶개봉:2024년9월11일/12세이상관람가/121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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